웅산군
웅산군은 《서유기》 제13회에 등장하는 쌍차령 세 요정 중 하나로, 스스로를 '산군'이라 칭하는 흑곰 요정이다. 인장군, 특처사와 함께 삼장법사의 취경 길 첫날 밤에 삼장법사의 수하 두 명을 잡아먹었다. '산군'이라는 칭호는 요괴 세계에서 체면과 존칭을 중시하는 사교 문화를 드러낸다. 사람을 잡아먹는 산정이라도 스스로에게 그럴듯한 이름 하나는 붙여야 한다는 셈이다.
쌍차령의 밤공기를 가르고 세 요괴가 튀어나온다. 그중 하나는 스스로를 '웅산군'이라 칭하는 흑웅 요정이다. 그는 주인공이 아니다. 이 3인조에서 인장군은 무리를 이끄는 호랑이 요정이고, 특처사는 머릿수를 채우는 소 요정이다. 웅산군은 그 중간에 끼어 존재감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인물이다. 그는 동료 둘과 함께 삼장법사의 수행원 두 명을 잡아먹고는 《서유기》의 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퇴치당한 것도 아니고, 다시 등장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가 달고 있는 '산군'이라는 칭호는 오승은이 그려낸 요괴 사회의 흥미로운 단면을 투영한다.
쌍차령 삼요의 '산군': 칭호만 거창한 조연
'산군'은 고대 중국에서 호랑이를 우아하게 부르는 말이다. 그런데 쌍차령 3인조에서는 이 칭호가 곰에게 붙어 있다. 정작 호랑이 요정은 '인장군'이라는 훨씬 군사적인 명칭을 쓴다. 이 어긋남 자체가 묘한 지점이다. 전통적으로 호랑이야말로 '산의 왕'이니 산군이라 불려야 마땅하건만, 오승은은 곰에게 그 칭호를 주고 호랑이는 오히려 격을 낮춰 '장군'이라 부르게 했다. 이는 쌍차령 삼요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암시한다. 인장군이 실질적인 리더(무력이 가장 강한 호랑이 요정)지만, 사교적으로는 한발 물러나 더 고귀해 보이는 허울뿐인 직함인 '산군'을 웅산군에게 양보한 셈이다. 마치 역사 속 '실권 장군'과 '명예 친왕'의 관계처럼 말이다.
'군'은 고대에 지위가 높은 이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거친 산속에 웅크리고 있는 흑웅 요정이 스스로를 '산군'이라 칭하는 이 괴리감은 오승은이 희극적 효과를 내기 위해 즐겨 쓰는 수법이다. 《서유기》의 요괴들은 '대왕', '성영', '국사'처럼 거창한 이름을 붙이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하나같이 이름만은 요란하다. 하지만 명칭의 화려함과 실제 능력은 대개 반비례한다. 정말 강력한 요괴는 칭호 따위로 위세를 떨칠 필요가 없다. 홍해아가 '성영대왕'이라 불리는 건 실제로 강하기 때문이지만, 웅산군이 '산군'이라 자칭하는 건 자기위안 섞인 허영심에 가깝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웅산군'이라는 호칭은 요괴 사회의 사교 예절을 보여준다. 쌍차령의 세 요괴는 제멋대로 움직이는 뜨내기들이 아니라, 조직과 분업이 갖춰진 작은 집단이다. 세 요괴는 각각 장군, 산군, 처사라는 '직함'을 가졌는데, 이는 인간 세상의 '무관+귀족+문인'의 조합과 유사하다. 이는 가장 밑바닥의 산짐승 요괴들조차 서로 교류할 때는 나름의 '규칙'이 필요했음을 의미한다. 요괴계의 사교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름과 신분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웅산군은 이후 제16회와 17회에 등장하는 흑웅 요정(흑풍산 흑풍동의 그 요괴)과 다른 인물이다. 후자는 웅산군보다 수행 정도가 훨씬 높은 대요로, 손오공과 호각으로 싸울 정도의 실력자이며 결국 관음보살에 의해 산을 지키는 신으로 거두어진다. 둘 다 '흑웅 요정'이지만 급이 천지차이다. 한쪽은 쌍차령의 조연으로 인간 둘을 먹고 끝나는 존재라면, 다른 한쪽은 산 하나를 독차지하고 금지 장로와 교분을 나누며 금란가사를 훔친 거물 요괴다. 오승은은 같은 동물 원형으로 완전히 다른 체급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는데, 이런 설정은 작품 전반에 반복된다. 화과산의 혼세마왕과 이후 등장하는 여러 요왕들의 관계 역시 '종류는 같으나 운명은 다른' 경우다.
웅산군이 퇴치되지 않았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만하다. 태백금성이 삼장법사를 구해낸 뒤, 굳이 뒤를 돌아 쌍차령 삼요를 정리하지 않는다. 서사적 논리로 보면 이 작은 요괴들은 천정이 에너지를 쏟아 처리할 가치조차 없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며, 주제 면에서는 취경 길의 위험이 '보편적'임을 암시한다. 요괴 무리 하나를 없앴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에는 더 많은 요괴가 기다리고 있다. 길 위의 모든 악을 깨끗이 청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저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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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 회차
Tribul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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