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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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관음선원 노승이 가사를 탐내다——흑풍산 요괴가 가사를 훔쳐 달아나다

관음선원에 투숙한 삼장법사가 금란가사를 자랑하자 270세 노승이 탐을 내어 불을 질러 빼앗으려 한다. 손오공이 바람 방향을 바꾸어 절을 태워버리고, 그 틈에 흑풍산의 흑웅정이 가사를 훔쳐 달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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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저물 무렵, 스승과 제자는 **관음선원(觀音禪院)**이라는 현판이 걸린 절을 발견하고 투숙을 청했다. 겹겹이 쌓인 전각과 회랑, 울창한 소나무와 향나무가 어우러진 장엄한 사찰이었다.

원주 스님들이 반갑게 맞이하다가 손오공의 얼굴을 보고 기겁하였다. 삼장법사가 달랬다.

"쉿, 성격이 급하니 조심하시오. 제 제자올시다."

다과를 나누는 중에 등이 구부러진 노승이 두 동자의 부축을 받으며 나타났다. 원주가 설명했다.

"우리 사부님이십니다. 올해 이백칠십 세이십니다."

손오공이 조용히 웃었다.

"그래도 우리 손자뻘은 되겠군요."

삼장이 눈을 흘겼다. 노승이 차를 권하며 물었다.

"대당에서 오셨다 하니 혹시 보물을 하나 보여주시겠습니까? 제가 평생 산문 밖을 나가보지 못해 진귀한 것을 구경하지 못했습니다."

삼장법사가 겸손히 사양하자 손오공이 옆에서 불쑥 끼어들었다.

"스승님, 보따리 안에 금란가사가 있지 않습니까?"

노승이 고소하게 웃었다.

"가사라면 저희도 수백 벌 있습니다."

원주들이 창고에서 열두 개의 궤짝을 꺼내 가득 걸어 보였다. 형형색색의 비단과 능라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삼장법사는 사양했지만 손오공이 이미 보따리를 풀어 가사를 꺼내 들었다.

붉은 빛이 온 방을 붉게 물들이고,
금빛이 사방 벽을 황홀하게 밝혔다.
용이 걸치면 대붕의 화를 피하고,
학이 한 올만 걸쳐도 신선에 드리라.

방 안이 눈부신 빛으로 가득 찼다. 노승의 두 눈이 빛났다. 가사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밤에 한번 더 구경하겠다며 빌려달라 청했다. 삼장법사가 거절하려 했으나 손오공이 흔쾌히 허락했다.

그날 밤 손오공이 변신술로 작은 모기가 되어 노승의 방 안을 엿보았다. 노승이 가사를 품에 안고 흐느끼고 있었다. 제자들이 달래자 노승이 입술을 달싹였다.

"이 가사를 갖고 싶다. 죽고 싶을 만큼."

그러자 제자 중 하나가 귓속말로 말했다.

"스승님, 동당 창고에 관솔불이 많습니다. 저들이 잠든 후 방에 불을 지르면 됩니다. 스님들이 죽어도 나그네가 불에 타 죽었다 하면 아무도 모릅니다."

노승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오공이 방으로 달아가 상황을 살폈다. 방 안에 든 사람들은 이미 곤히 잠들어 있었다. 손오공은 구름을 타고 하늘의 순풍이(巽風旗) 관리하는 신을 찾아가 말했다.

"지금 불이 나면 바람을 저 절 쪽으로만 불어라."

그리고 삼장법사를 석비 아래로 옮겨 금강 방어진을 쳐 둔 뒤, 스스로 보호막을 만들어 절 주위를 지키며 바람의 방향을 바꿔 절 전체가 타도록 유도했다.

불길이 치솟았다. 삼 경이 되자 관음선원 전체가 불바다가 되었다.

그런데 그 불 틈에 **흑풍산(黑風山)**에서 냄새를 맡고 달려온 **흑웅정(黑熊精)**이 있었다. 곰 요괴인 그가 방장 안에서 환히 빛나는 가사를 발견하고 낚아채 사라졌다.


날이 밝자 손오공이 삼장법사에게 돌아오니 절 전체가 재로 변해 있었다. 노승은 충격으로 벽에 머리를 박고 자결해 버렸다. 살아남은 중들이 잿더미 앞에서 쭈그려 앉아 있었다.

삼장법사가 손오공을 나무랐다.

"가사는 어디 있느냐?"

손오공이 잿더미를 샅샅이 뒤졌지만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가져갔습니다."

주위를 살피다가 흑풍산 쪽에서 냄새를 따라가니 곰 요괴의 발자국이 이어져 있었다.

"흑웅정이 훔쳐갔구나."

손오공의 눈이 좁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