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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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마음 원숭이가 올바른 길로 돌아오다——여섯 도적이 자취를 감추다

오행산에서 손오공이 해방되어 삼장법사의 첫 번째 제자가 된다. 강도 여섯 명을 모두 죽여 삼장에게 꾸지람을 듣고 떠났다가 돌아오고, 관음보살이 보낸 금테를 씌워 결박된다.

손오공 삼장법사 오행산 유백흠 긴고아주 금고 관음보살 여섯도적 동해용왕

유백흠이 가솔들에게 말했다.

"저 소리는 분명 산기슭 돌 상자 속의 늙은 원숭이요."

석상 사이에서 머리가 이끼투성이인 원숭이 하나가 손을 내밀어 손짓했다. 삼장법사가 가까이 가보니 이끼 위로 눈만 초롱초롱 빛났다.

"스승님! 이제야 오셨습니까? 저를 구해 주시면 스승님을 서천까지 모시겠습니다."

삼장법사가 다가가 물었다.

"그대는 누구요?"

원숭이가 대답했다.

"저는 오백 년 전 하늘을 뒤집어 놓은 제천대성 손오공입니다. 관음보살께서 서역에 가는 취경 스승을 기다리라 하셨습니다. 제발 봉인을 떼어 저를 꺼내 주십시오."

삼장법사가 유백흠과 함께 다시 산꼭대기로 올라가 보니 사방으로 금빛이 뿜어져 나오는 큰 바위 위에 봉인 하나가 붙어 있었다. 삼장법사가 서쪽을 향해 기원했다.

"인연이 있다면 이 봉인이 떼어지게 해 주소서."

가볍게 들어올리자 봉인이 손에 잡혔다. 향기로운 바람이 불어오며 봉인이 허공으로 날아 올랐다.

"원숭이를 눌러온 우리는 이제 여래불께 이것을 돌려드리러 갑니다."

산에서 떨어져 다섯 걸음쯤 걷자 천지가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원숭이가 훌쩍 뛰어나와 삼장법사 앞에 무릎을 꿇었다.

"스승님, 나왔습니다!"

손오공이 유백흠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짐을 챙겨 말을 매만지려 하자 말이 허리를 낮추고 떨었다. 원래 손오공이 천상에서 용마를 기르는 직책을 맡았던지라 범마들이 그를 무서워했다.

삼장법사가 물었다.

"성은 무엇이오?"

"손(孫)씨이옵니다."

"법명은?"

"이미 있습니다. 손오공이라 합니다."

삼장법사가 웃으며 말했다.

"얼굴이 꼭 작은 두타 같으니 행자(行者)라 부르겠소. 손행자, 마음에 드오?"

"좋고말고요!"

유백흠이 두 사람의 결연을 축하하고 돌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맹호 한 마리가 뛰어들었다. 손오공이 귀에서 바늘 하나를 꺼내 바람에 흔드니 밥공기만큼 굵은 쇠몽둥이 여의봉이 되었다.

"스승님의 옷감을 가져다 주러 왔구나."

한 방에 호랑이 머리를 박살내고 가죽을 벗겨 허리에 둘렀다. 삼장법사가 입이 벌어져 말했다.

"강한 놈 위에 더 강한 놈이 있다더니!"

그날 밤 민가에 투숙했다. 다음날 초겨울의 서리 낀 길을 걷다 여섯 명의 강도가 나타났다. 그들의 이름이 가관이었다.

눈에 보이는 즐거움, 귀에 들리는 노여움, 코로 맡는 사랑,
혀로 맛보는 상념, 뜻으로 품는 욕심, 몸에 드리운 시름.

손오공이 빙그레 웃었다.

"그대들이 바로 나의 주인이건만, 내 앞을 막다니."

강도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칼과 창으로 일고여덟 십 번 내리쳤지만 손오공은 꿈쩍도 않았다.

"이제 제 차례요."

여의봉을 한 바탕 휘두르자 여섯 명 모두 쓰러졌다. 의복을 벗기고 노자를 챙기며 걸어가자 삼장법사가 낯빛을 바꾸었다.

"그들이 비록 강도라도 죽을 죄는 아니었다. 쫓아버리면 그뿐이었거늘 어찌 다 죽이느냐? 출가인은 날파리 하나도 아껴야 하거늘."

손오공이 입술을 삐죽거렸다.

"스승님, 저를 죽이지 않았다면 그들이 스승님을 죽였을 것입니다."

"나 하나 죽어도 괜찮다. 죄도 없는 여섯 목숨을 어찌 다 빼앗느냐."

삼장법사의 말이 길어지자 손오공이 화를 이기지 못하고 소리쳤다.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저는 이런 가르침은 받지 못하겠으니 그냥 돌아가겠습니다!"

근두운을 타고 동쪽으로 사라졌다.


삼장법사가 홀로 말을 끌고 서쪽으로 걷다 보니 앞에서 흰머리 노파가 면포 직삼 하나와 꽃무늬 모자를 들고 왔다.

"이것은 제 아들이 쓰던 것인데, 사흘 만에 요절했습니다. 법사님 제자에게 주고 싶으니 받으시겠어요? 또 이 주문을 드리죠. '긴고아주(緊箍兒咒)'라 합니다. 제자가 말을 듣지 않거든 이것을 외면 됩니다."

노파가 황금빛 빛살 속으로 사라지자 삼장법사가 알아챘다. 바로 관음보살이었다. 서둘러 동쪽을 향해 절하고 주문을 외워 외웠다.

얼마 후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돌아왔다.

"동해 용왕 댁에 차 마시러 갔다 왔습니다."

삼장법사가 짐 속에 직삼과 모자를 꺼내 보이며 말했다.

"그 모자를 쓰면 경문을 안 배워도 외워지고, 이 옷을 입으면 예법을 배우지 않아도 행할 수 있단다."

손오공이 냉큼 받아 직삼을 걸치고 모자를 썼다. 삼장법사가 눈을 감고 조용히 주문을 외웠다.

"아이고, 머리가! 머리가 아프다!"

손오공이 비명을 질렀다. 삼장법사가 주문을 멈추자 통증도 사라졌다.

"스승님이 주문을 외는 거요!"

"'정심진언(定心眞言)'을 외었을 뿐이다."

"다시 외어 봐요."

주문이 다시 시작되자 손오공이 땅을 구르며 발버둥쳤다. 여의봉을 꺼내 삼장에게 덤비려 했지만 주문이 더 세졌다. 결국 손오공이 무릎을 꿇고 빌었다.

"스승님, 알겠습니다. 다시는 가지 않겠습니다. 이제부터 어디든 모시겠습니다."

삼장법사가 주문을 멈추고 말했다.

"그래, 이제 서쪽으로 가자꾸나."

손오공은 죽은 듯 조용히 짐을 꾸리고 말을 어루만졌다. 두 사람은 서쪽을 향해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