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회 도둑들이 구원외를 죽이고 삼장 일행을 모함하다——손오공이 진실을 밝히다
도둑 무리가 구원외 집을 털다가 그를 죽인다. 구원외의 처가 삼장 일행을 범인으로 모함한다. 손오공이 신통을 발휘해 구원외를 되살리고 진실을 밝힌다.
일행이 떠난 날 밤 구원외 집에 도둑 무리가 들이닥쳤다.
도둑들이 재물을 모두 털어갔다. 구원외가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도둑들이 발로 차버렸다. 구원외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구원외의 처가 숨어서 이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구원외의 처가 이상한 생각을 했다.
'저 당나라 스님들 때문에 이런 변을 당했다. 우리 집 구조를 잘 아는 건 그들이 아닌가.'
다음 날 아침 관아에 고소장을 냈다.
불을 켠 건 삼장, 살인한 건 손오공, 금은을 훔친 건 저팔계와 사오정.
관아에서 군사를 풀어 삼장 일행을 추격했다.
군사들이 따라잡아 삼장 일행을 에워쌌다.
"당나라 스님들, 관아의 명으로 체포한다."
삼장이 영문을 몰라 당황했다.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소?"
"구원외를 죽이고 재물을 훔쳤다."
삼장이 소스라쳤다.
손오공이 나서며 말했다.
"우리는 어젯밤 이미 이 동네를 떠났소. 억울한 모함이오."
그러나 군사들은 듣지 않고 끌어갔다.
관아에 끌려가 재판이 시작됐다.
구원외의 처가 자신 있게 증언했다.
"제가 직접 목격했습니다."
삼장이 눈물을 흘렸다. 저팔계가 억울하다고 소리쳤다. 사오정이 조용히 사실을 설명했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손오공이 팔짱을 끼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진실을 밝히겠소."
손오공이 신통을 발휘했다.
명부로 내려가 판관을 만났다.
"구원외의 혼백을 잠시 빌려달라."
판관이 난처해하면서도 손오공의 기세에 눌려 허락했다.
손오공이 구원외의 혼백을 데리고 올라왔다.
그리고 구원외를 다시 살려냈다.
구원외가 눈을 뜨고 일어나 앉았다.
관아 안이 발칵 뒤집혔다. 처가 기절했다가 다시 일어났다.
구원외가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를 죽인 건 도적 무리오. 당나라 스님들은 이미 어젯밤에 떠나셨소. 억울한 사람들을 풀어드리시오."
관리가 삼장 일행에게 즉각 석방을 명했다.
구원외의 처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죄송합니다, 스님."
삼장이 조용히 말했다.
"슬픔에 마음이 흔들린 것입니다. 용서합니다."
손오공이 구원외에게 말했다.
"이제 죽음의 문 앞에 갔다 오셨으니, 남은 생을 더욱 소중히 여기십시오."
구원외가 손을 모았다.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선한 자도 억울한 모함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진실은 결국 드러나는 법이다.
손오공이 죽음의 문까지 열어 진실을 꺼내 왔으니,
하늘이 착한 자를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일행이 다시 서쪽으로 출발했다. 구원외가 문 앞에 서서 멀어지는 일행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