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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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회 멸법국에 화상 만 명을 죽이는 국왕이 있다——손오공이 밤새 전국을 삭발시키다

멸법국에 화상 만 명을 죽이려는 국왕이 있다. 손오공이 밤새 나라 안의 모든 머리카락을 밀어버리고, 국왕이 뉘우쳐 나라 이름을 흠법국으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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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공산을 떠나 여름이 되었다.

길을 걷는데 버드나무 그늘 아래 노파 하나가 아이를 이끌고 나타났다.

"스님들, 어디로 가십니까? 서쪽은 위험합니다."

삼장이 말을 세웠다.

"어찌해서 위험합니까?"

노파가 서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서 오 육 리 가면 **멸법국**입니다. 그 나라 왕이 화상 만 명의 목숨을 빼앗겠다는 서약을 세웠습니다. 지금까지 구천구백구십육 명을 죽였습니다. 이름 있는 화상 넷만 더 붙잡으면 일만이 채워집니다."

삼장이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 순간 손오공이 노파의 눈빛을 살폈다.

상서로운 빛이 그 안에 감돌고 있었다.

손오공이 무릎을 꿇었다.

"보살님, 알아보지 못하고 실례했습니다."

노파가 미소를 지으며 구름 위로 올라갔다. 아이도 함께 사라졌다. 관음보살이었다.


손오공이 계획을 세웠다.

"스승님과 팔계, 사오정은 시내 여관에 속인으로 변장해 숨어 계십시오. 제가 성안을 살피고 오겠습니다."

한밤중에 손오공이 불나방으로 변신해 성 안으로 들어갔다.

거리마다 등불이 켜져 있었다. 상인들이 여관에 묵고 있었다.

손오공이 여관 하나를 정했다. 지배인이 옷과 두건을 모아 잠갔다.

손오공이 기다렸다가 방에 들어가 옷과 두건들을 훔쳐 나왔다. 삼장과 팔계, 사오정에게 가져다주었다.

"속인 차림으로 성에 들어가십시오. 국왕을 만날 방법을 찾겠습니다."


일행이 성에 들어가 여관에 묵었다.

손오공이 한밤중에 나서서 솜씨를 발휘했다.

근두운을 타고 성 전체를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신통을 부렸다.

국왕의 궁궐에서부터 성안 백성들의 집에 이르기까지, 자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머리카락을 밀었다. 국왕과 왕비도, 신하들도, 군졸들도, 백성들도 모두 대머리가 되었다.


다음 날 아침 조회가 열렸다.

신하들이 삭발된 머리를 만지며 뛰어 들어왔다.

"폐하, 어제밤 누가 전국의 머리카락을 밀었습니다!"

국왕도 자신의 머리를 만져보았다. 맨들맨들했다.

왕비도, 왕자도, 후궁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국왕이 탄식했다.

"이게 무슨 징조인가."

그때 포획된 궤짝 하나가 가져왔다. 성문을 지키던 군사들이 도주하는 상인들에게서 빼앗은 것이었다. 궤짝을 열자 팔계가 뛰쳐나왔다. 뒤이어 삼장이 나오고, 사오정이 짐을 들고 나왔다.

손오공이 삼장을 부축해 왕 앞에 섰다.

국왕이 그제야 무릎을 꿇었다.

"성인이 오셨군요."


삼장이 조용히 말했다.

"폐하, 머리카락을 잃는 것은 큰일이 아닙니다.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죄는 씻기 어렵습니다. 부디 뉘우치십시오."

국왕이 눈물을 흘렸다.

"스님,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다시는 화상을 해치지 않겠습니다. 나라 이름도 바꾸겠습니다."

손오공이 말했다.

"'멸법'이라는 이름은 좋지 않습니다. '흠법국'으로 바꾸십시오. 그러면 천하가 평안하고 나라가 오래갈 것입니다."

국왕이 고개를 숙였다.

통행증을 새로 발급받았다. 국왕이 친히 배웅을 나왔다.

법을 멸하려던 나라가 법을 공경하는 나라가 되었다.
수천 명의 목숨보다 머리카락 하나가 국왕을 깨우쳤다.
손오공의 신통이 칼보다 강한 밤이었고,
삼장의 말 한 마디가 나라를 바꾸었다.

흠법국을 뒤로하고 일행은 다시 서쪽으로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