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회 삼장법사가 화염산에 막히다——손오공이 파초선을 빌리러 철선공주를 찾아가다
가을인데도 불기가 넘치는 화염산이 서천 가는 길을 막는다. 파초선을 가진 철선공주를 찾아간 손오공이 빌려주길 거절당하고 가짜 부채를 받아와 불을 더 크게 키워버린다.
여름이 지나 가을이 왔다. 서늘해야 할 계절인데 날이 갈수록 기온이 오르더니 어느 날부터 땅이 달궈지고 하늘에서 뜨거운 기운이 쏟아져 내렸다.
길가에 풀 한 포기도 없었다. 돌들이 달궈져 발을 디딜 수 없었다. 삼장법사가 말 위에서 땀을 흘리며 말했다.
"오공아, 가을인데 왜 이리도 덥구나?"
손오공이 인근 마을을 찾아 노인에게 물었다.
"이 앞에 **화염산(火焰山)**이 있습니다. 동서 팔백 리에 걸쳐 불길이 타오르고 있어 어떤 것도 통과할 수 없습니다."
"이 불을 끄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철선공주(鐵扇公主)**의 파초선(芭蕉扇)을 빌려야 합니다. 한 번 부치면 불이 꺼지고, 두 번 부치면 바람이 불고, 세 번 부치면 비가 내립니다."
손오공이 삼장에게 돌아와 보고했다. 삼장이 이마를 짚었다.
"철선공주가 누구냐?"
"우마왕(牛魔王)의 부인입니다. 홍해아의 어머니이기도 하고요."
저팔계가 끼어들었다.
"형님이 홍해아를 처치하고 선재동자로 만들었으니, 그 어머니가 우리를 좋아할 리 없습니다."
"안다. 그래도 가서 빌어봐야지."
손오공이 홀로 익안동(翠雲山) 파초동을 찾아갔다.
철선공주가 문 앞에서 손오공을 보더니 냉기가 돌았다.
"손오공, 네놈이 내 아들을 잡아 금테를 씌워 부처의 종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무슨 낯으로 나타나느냐?"
손오공이 허리를 숙였다.
"홍해아는 지금 선재동자로서 관음보살 곁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오히려 좋은 자리를 얻었다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저는 스승님을 모시고 서천으로 가는 중인데, 화염산을 넘어야 합니다. 부채를 하루만 빌려주십시오."
철선공주가 코웃음을 쳤다.
"내 아들을 고통에 빠뜨린 자에게 왜 내가 부채를 빌려주어야 하느냐!"
삼지창을 들고 달려들었다.
손오공이 피하며 수 합을 겨루었다. 철선공주가 부채를 꺼내들었다.
"이걸로 받아라!"
부채 한 번에 손오공이 수천 리 밖으로 날아갔다.
손오공이 낙신(落神)의 힘으로 땅에 내려앉았다. 산신령에게 방향을 확인하고 다시 파초동으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벌레로 변신해 철선공주가 마시는 차 속에 들어갔다. 철선공주가 차를 마시는 순간 손오공이 뱃속에서 발로 뻥 찼다.
"아야!"
철선공주가 배를 움켜쥐었다.
"알겠다, 알겠다. 부채를 줄 테니 나와라!"
손오공이 입으로 빠져나왔다. 철선공주가 부채를 내밀었다.
손오공이 부채를 받아 들고 화염산 앞에서 크게 부쳤다.
그런데 불길이 꺼지기는커녕 더 크게 타올랐다.
저팔계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손오공이 이를 갈았다.
"가짜 부채를 줬구나!"
파초선이 손에 들어와도 가짜는 가짜였고,
불꽃이 더 크게 타오르자 낭패가 역력하다.
철선공주의 교활한 웃음이 멀리서 들려오는 듯,
손오공이 다시 머리를 짜내야 했다.
손오공이 생각했다. 파초선을 손에 넣으려면 그 주인을 설득하거나 더 큰 힘으로 빼앗아야 한다. 철선공주가 좋아하는 것은 남편 우마왕이다. 우마왕을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