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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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회 삼장이 자모하 물을 마시고 임신하다——황파가 해태천 물을 구해 태를 없애다

서량여국으로 향하던 중 삼장과 저팔계가 자모하 물을 마시고 임신한다. 손오공이 군자국 해태천으로 달려가 낙태수를 구해와 두 사람의 태를 없앤다.

서량여국 자모하 해태천 삼장법사 저팔계 임신 손오공 낙태수 군자국

금두산을 떠난 일행이 한동안 길을 걸었다. 따뜻한 봄날이었다. 길가에 꽃이 피고 새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작은 강이 나타났다. 맑고 투명한 물이었다. 삼장법사가 말 위에서 목이 마르다고 했다.

저팔계가 발벗고 나섰다.

"제가 물을 떠다 드리겠습니다."

발우를 강물에 담아 삼장에게 건넸다. 삼장이 반쯤 마셨다. 저팔계가 나머지를 단숨에 들이켰다.


강을 건너 한 시진쯤 걸었을 때 삼장이 말 위에서 신음했다.

"배가 아프구나."

저팔계도 쪼그리며 말했다.

"저도 뱃속이 이상합니다."

손오공이 두 사람을 살폈다. 배가 불룩하게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뱃속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근처 마을에서 노파를 붙들고 물어보았다.

노파가 빙그레 웃었다.

"이 동쪽 강이 자모하(子母河)입니다. 우리 서량여국(西梁女國) 사람들은 스무 살이 넘어야 그 물을 마십니다. 마시면 사흘 뒤에 아이가 생기거든요."

삼장의 눈이 커졌다.

저팔계가 발버둥을 쳤다.

"아, 이를 어쩐다! 남자인 우리가 어디서 아이를 낳는단 말입니까!"


노파가 웃음을 거두며 말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동쪽 군자국(君子國)에 해태천(解胎泉)이라는 샘이 있는데, 그 물을 마시면 태가 없어집니다. 하지만 그 나라 관원이 까다로워 쉽게 물을 내주지 않을 겁니다."

손오공이 옷소매를 걷었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손오공이 근두운을 타고 군자국으로 날아갔다. 해태천 앞에서 관원과 마주쳤다.

"이 물을 두 그릇만 주십시오. 우리 스승님이 자모하 물을 잘못 마셔 급합니다."

관원이 눈살을 찌푸렸다.

"여기 물은 함부로 내줄 수 없소."

손오공이 인내심을 잃고 여의봉을 꺼내들었다.

"그럼 힘으로 가져가겠습니다."

관원이 황급히 물러섰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드리겠습니다."

물 두 그릇을 받아 들고 근두운으로 돌아왔다.


삼장과 저팔계가 해태천 물을 마셨다. 잠시 뒤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났다. 뱃속에서 뭔가가 움직이더니 아래로 빠져나갔다.

저팔계가 기지개를 켜며 탄성을 질렀다.

"살았다! 살았습니다!"

삼장도 배를 어루만지며 눈을 감았다.

"이런 일이 또 있다니."

손오공이 웃으며 말했다.

"이 세상에 아주 신기한 일이 많습니다. 맛있어 보인다고 아무 물이나 마시지 마십시오."

맑은 강물이라도 제 성정이 있으니,
모르고 마셨다가 봉변을 당했다.
해태천 물 한 그릇이 태를 씻어내니,
모든 것을 아는 자만이 길을 걷는다.

저팔계가 다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형님, 저 이제 물은 형님이 확인해준 것만 마시겠습니다."

손오공이 어깨를 두드렸다.

"잘 생각했다."

일행이 서량여국을 향해 발걸음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