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대성이 반도를 어지럽히고 단을 훔치다——천궁에 반기를 들어 제신이 요괴를 잡으러 오다
제천대성이 반도원 복숭아를 몰래 먹고 요지의 선주와 선식을 훔쳐 먹으며 태상노군의 금단까지 먹어버린다. 화과산으로 돌아오나 옥황상제가 십만 천병을 파견해 화과산을 포위한다. 대성이 구요성을 물리치고 사대천왕과 나타를 맞서 싸우다 분신법으로 물리치나 독각귀왕과 칠십이 동굴의 요왕들은 모두 포로가 된다.
제천대성은 결국 요원숭이인지라 관직의 품계나 녹봉의 높고 낮음을 따지지 않고 그저 이름이 올라간 것만으로도 만족하였다. 제천부의 두 사(司) 선리들이 아침저녁으로 시중을 들었다. 하루 세 끼 먹고 밤에는 잠자리에 드는 것 외에 별다른 일이 없어 자유롭고 편안하였다. 한가할 때는 친구를 만나 궁궐을 유람하며 교분을 맺었다.
삼청(三清)을 만나면 "노야"라고 부르고 사제(四帝)를 만나면 "폐하"라 하며 구요성·오방장·이십팔수·사대천왕·십이원진·오방오로·보천성상·하한군신과는 모두 형제처럼 대하며 서로 부르곤 하였다. 오늘은 동쪽으로 유람하고 내일은 서쪽으로 쏘다니며 구름처럼 왔다 갔다 행적이 일정치 않았다.
어느 날 옥황상제의 조회에서 허정양진인이 엎드려 아뢰었다. "지금 제천대성이 할 일 없이 한가로이 돌아다니며 천상의 뭇 성수들과 교분을 맺는데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고 모두 친구라 부릅니다. 한가한 중에 일이 생길까 두렵사오니 그에게 일거리를 주어 딴 일이 생기지 않게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옥황상제가 이 말을 듣고 즉시 조서를 내려 손오공을 불렀다.
원숭이왕이 기뻐하며 왔다. "폐하, 저를 부르신 것은 무슨 승상이 있어서입니까?" 옥황상제가 말하였다. "짐이 그대가 한가하고 별 일이 없음을 보고 한 가지 일을 맡기겠소. 반도원을 임시로 관리하도록 하시오. 아침저녁으로 잘 살피시오." 대성이 기뻐하며 감사를 드리고 물러갔다.
오공은 곧장 반도원 안으로 들어가 살폈다. 토지신이 가로막으며 물었다. "대성이 어디 가십니까?" 대성이 말하였다. "옥황상제가 나를 점차하여 반도원을 대신 관리하라 하였소. 살피러 왔소." 토지신이 서둘러 예를 갖추고 나무를 다듬는 역사, 물 나르는 역사, 복숭아 손질하는 역사, 청소하는 역사 등 한 무리 역사들을 불러 대성에게 절하게 하고 안으로 안내하였다.
그 안에는:
화사하고 빛나며, 송이송이 나무마다 가득하도다. 화사하게 꽃이 나무 위에 가득하고, 송이송이 열매가 가지를 누르는도다. 나무 아래 기화와 이초가 사시절 지지 않으며, 좌우에 누대와 관사가 하늘 가득 구름과 노을을 두르고 있도다.
대성이 한동안 구경하다가 토지신에게 물었다. "이 나무는 모두 몇 그루요?" 토지신이 말하였다. "모두 삼천육백 그루입니다. 앞의 천이백 그루는 꽃이 작고 열매가 작아 삼천 년에 한 번 익으며 먹으면 신선이 되고 몸이 가벼워집니다. 가운데 천이백 그루는 꽃이 겹지고 열매가 달아 육천 년에 한 번 익으며 먹으면 하늘로 날아올라 영생불로합니다. 뒤쪽 천이백 그루는 자주빛 무늬에 황색 씨앗으로 구천 년에 한 번 익으며 먹으면 천지와 함께 장수하고 해와 달과 함께 나이를 먹습니다."
대성이 기뻐하여 나무의 수를 파악하고 정자와 누각을 확인한 뒤 부로 돌아갔다. 이후 사흘에 한 번씩 구경을 다니며 친구도 사귀지 않고 다른 곳도 가지 않았다.
어느 날 오래된 나무 가지에 복숭아가 절반 이상 익어 있는 것을 보았다. 하나를 맛보고 싶었으나 본원의 토지신과 역사들, 제천부의 선리들이 늘 따라다니는 통에 불편하였다. 문득 꾀를 내었다. "그대들은 문 밖에서 기다리거라. 나는 여기 정자에서 잠깐 쉬겠소." 무리 선인들이 물러갔다.
원숭이왕이 모자와 옷을 벗고 큰 나무에 올라가 잘 익은 큰 복숭아를 실컷 따먹었다. 배불리 먹은 뒤 나무에서 뛰어내려 관을 쓰고 옷을 갖추어 입고 무리를 불러 부로 돌아갔다. 이틀 사흘마다 한 번씩 이렇게 복숭아를 몰래 따먹으며 마음껏 즐겼다.
어느 날 서왕모가 연회를 열어 요지에서 반도성회를 베풀게 되었다. 적색·청색·소색·흑색·자색·황색·녹색 옷을 입은 일곱 선녀에게 꽃바구니를 들고 반도원에 복숭아를 따러 가게 하였다.
일곱 선녀가 원문에 이르니 반도원의 토지신과 역사들, 제천부의 두 사 선리들이 모두 문을 지키고 있었다. 선녀들이 앞으로 나아가 말하였다. "저희는 서왕모 마마의 의지를 받들어 복숭아를 따러 왔습니다." 토지신이 말하였다. "선녀들이여, 잠깐 기다리십시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옥황상제가 제천대성에게 여기를 감독하게 하셨습니다. 대성에게 알린 뒤에야 원을 열 수 있습니다." 선녀들이 대성을 찾았으나 정자에서 나무 위에 이 치 크기의 사람으로 변하여 우거진 잎새 아래서 잠들어 있어 보이지 않았다.
선리들이 말하였다. "명을 받들고 왔으니 머뭇거리지 말고 따시지요. 저희가 대성에게 전갈을 드리겠습니다." 선녀들이 앞 나무에서 두 바구니, 가운데 나무에서 세 바구니를 따고 뒤쪽 나무에 이르니 꽃과 열매가 드문드문하고 익은 것이 거의 없었다. 익은 것은 모두 대성이 먹어버린 것이었다.
한 선녀가 남쪽으로 향한 가지 위에 반은 붉고 반은 흰 복숭아 하나를 보고 가지를 잡아당겨 따자 그 가지 위에 잠들어 있던 대성이 깨어났다. 대성이 본 모습을 드러내어 귀에서 금고봉을 꺼내 한 번 흔드니 밥그릇만 하게 되었다. 꾸짖었다. "어떤 지방의 요물이냐? 감히 내 복숭아를 따다니." 일곱 선녀가 황급히 무릎을 꿇으며 말하였다. "대성은 노하지 마십시오. 저희는 요마가 아니라 서왕모 마마가 보낸 일곱 선녀입니다. 반도성회를 위해 복숭아를 따러 왔습니다."
대성이 노기를 거두며 기뻐하여 물었다. "이번 성회에 누가 초대받았소?" 선녀들이 대답하였다. "서천의 불로·보살·성승·나한, 남방의 남극관음, 동방의 숭은성제·십주삼도의 선옹들, 북방의 북극현령, 중앙의 황극황각대선, 이들이 오방오로입니다. 또 오두성군, 상팔동의 삼청·사제·태을천선들, 중팔동의 옥황·구루·해악 신선들, 하팔동의 유명교주·주세지선, 각궁 각전의 크고 작은 존신들이 모두 반도가회에 오게 됩니다." 대성이 웃으며 물었다. "나는 초대받았소?" 선녀들이 말하였다. "듣지 못하였습니다."
대성이 말하였다. "내가 제천대성이라 석존으로 모시면 어떻겠소?" 선녀들이 어쩔 수 없다 하자 대성이 말하였다. "그대들은 잠깐 기다리시오. 내 먼저 가서 알아보고 오겠소."
결인을 맺고 주문을 외워 무리 선녀들에게 말하였다. "멈춰라! 멈춰라! 멈춰라!" 이것은 정신법(定身法)이었다. 일곱 선녀가 눈만 뜬 채 복숭아나무 아래 서 있게 되었다. 대성이 상서로운 구름을 타고 요지 길을 향해 달려갔다.
가는 길에 적각대라선을 마주쳤다. 대성이 속임수를 쓰며 물었다. "도장이 어디 가십니까?" 대선이 말하였다. "서왕모의 초대를 받아 반도가회에 가는 길이오." 대성이 말하였다. "옥황상제가 저에게 여러분을 초대하여 통명전에서 먼저 예를 갖추고 나서 연회에 가라 하셨습니다." 적각대선이 순진하게 믿어 통명전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성은 구름을 타고 주문을 외우며 적각대선의 모습으로 변하여 요지로 달려갔다.
보각에 이르니 자리가 화려하게 차려져 있었으나 아직 선인들이 오지 않았다. 대성이 두리번거리다가 한쪽 복도에서 술 빚는 선관과 역사들이 옥액경장을 이미 다 만들어 놓은 것을 보았다. 군침이 흘렀으나 사람들이 있어 마음대로 마실 수 없었다. 결인을 맺고 털을 뽑아 씹어 뱉으니 몇 마리 졸음 벌레로 변하여 모든 사람 얼굴 위로 날아들었다. 그 무리가 고개를 떨구고 눈을 감으며 모두 잠들어버렸다. 대성이 온갖 진수성찬을 가져와 독 곁에 앉아 마음껏 실컷 마셨다.
한참을 마셔 거나하게 취하였다. 혼자 생각하였다. "이러다가 손님들이 오면 괜찮겠는가? 일찌감치 부로 돌아가 자는 게 낫겠다." 대성이 비틀거리며 길을 잘못 들어 제천부가 아닌 도솔천궁으로 들어섰다. 보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도솔궁은 삼십삼천 위 이한천에 있는 태상노군의 처소인데 어찌 여기까지 잘못 들었지? 그래도 괜찮다. 오래전부터 여기를 방문하고 싶었는데 이 참에 한번 들러보자." 옷을 다듬고 들어가니 노군이 보이지 않았다. 연단로 곁에 다섯 개의 조롱박이 있고 그 안에 연성한 금단이 가득하였다.
대성이 기뻐하며 말하였다. "이 물건은 신선가의 최고 보물이다. 내 도를 얻은 이래 금단을 연성하여 사람을 도울 생각이었으나 집에 돌아가도 틈이 없었다. 오늘 이렇게 마주쳤으니 노자가 없는 틈에 몇 알 먹어보자." 조롱박을 모두 기울여 볶은 콩 먹듯이 다 먹어버렸다.
잠시 후 금단이 가득 차고 술도 깼다. 다시 생각하니 큰일이었다. "이번 화는 하늘보다 크겠구나. 옥황상제가 알면 목숨을 보전하기 어렵다. 어서 내려가 왕 노릇을 하는 게 낫겠다." 도솔궁을 뛰쳐나와 서천문에서 은신법을 써서 달아났다. 구름을 내려 화과산으로 돌아오니 사방에 깃발이 나부끼고 창검이 빛나며 네 건장과 칠십이 동굴의 요왕들이 무예를 연습하고 있었다.
대성이 큰 소리로 외쳤다. "아이들아, 내가 왔다!" 무리 원숭이들이 병기를 던지고 무릎을 꿇으며 물었다. "대왕이 천상에 백여 년 계시더니 무슨 관직을 받으셨습니까?" 대성이 웃으며 말하였다. "겨우 반 년인데 어찌 백여 년이냐?" 건장들이 말하였다. "천상의 하루가 하계의 일 년입니다."
대성이 말하였다. "이번에 옥황상제가 나를 제천대성으로 봉하고 제천부를 짓고 안정사와 영신사를 설치하여 선리들이 지켰다. 그 후 반도원을 맡겼는데 서왕모가 반도성회를 열면서 나는 초대받지 못하였다. 그래서 내 먼저 요지에 가서 선식과 선주를 훔쳐 다 먹어버렸다. 나오다가 노군의 궁에 잘못 들어가 금단 다섯 조롱박도 다 먹었다. 옥황상제의 죄를 받을까 봐 천문을 나왔다."
무리가 기뻐하며 야자술 한 큰 사발을 가져왔다. 대성이 한 모금 마시더니 말하였다. "맛이 없군." 붕파 두 장군이 말하였다. "대성이 천궁에서 선주와 선식을 드셨으니 야자술이 맛없을 수밖에요. '예쁘지 않아도 고향의 물'이라 하지 않습니까." 대성이 말하였다. "나는 요지에서 수많은 병과 항아리에 담긴 옥액경장을 보았는데 그것을 여러 항아리 훔쳐다 줄 테니 각자 반 잔씩 마시면 모두 장생불로하리라." 무리가 기뻐하며 날뛰었다.
대성이 다시 동굴을 나가 한 근두를 넘어 은신법을 써서 반도성회에 이르렀다. 술 빚던 자들이 아직도 골아 떨어져 있었다. 큰 항아리를 두 개는 양쪽 겨드랑이에 끼고 두 개는 두 손에 들어 구름을 타고 돌아와 동굴에서 함께 신선 술잔치를 벌이며 각자 몇 잔씩 마셨다.
한편 일곱 선녀는 대성의 정신법에 걸려 하루가 지나서야 풀렸다. 꽃바구니를 들고 서왕모에게 돌아가 아뢰었다. "제천대성이 술법으로 저희를 묶어두었습니다." 서왕모가 물었다. "복숭아를 얼마나 따왔느냐?" 선녀들이 아뢰었다. "앞쪽에서 작은 복숭아 두 바구니, 중간에서 세 바구니를 따왔습니다. 뒤쪽에는 큰 복숭아가 하나도 없었고, 대성이 다 훔쳐 먹은 것 같습니다." 서왕모가 즉시 옥황상제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아뢰었다.
이어서 술 빚던 무리 선관들이 찾아와 아뢰었다. "알 수 없는 자가 반도성회를 어지럽히고 옥액경장을 훔쳐 먹었으며 팔진백미도 모두 훔쳐 먹었습니다." 또 사대천사들이 찾아와 아뢰었다. "태상도조가 오셨습니다." 옥황상제가 서왕모와 함께 나가 맞이하였다.
노군이 예를 갖추고 아뢰었다. "늙은 도인이 궁 안에서 구전금단을 만들어 폐하의 단원대회를 위해 준비하고 있었는데 도적이 훔쳐 갔기에 특히 알리러 왔습니다." 옥황상제가 두려워하였다.
잠시 후 또 제천부의 선리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손대성이 어제부터 어디 갔는지 돌아오지 않습니다." 적각대선도 찾아와 전날 통명전으로 속은 일을 아뢰었다. 옥황상제가 크게 놀라며 영관에게 대성의 행방을 찾게 하니 영관이 돌아와 아뢰었다. "천궁을 어지럽힌 것은 제천대성입니다." 옥황상제가 크게 노하여 즉시 사대천왕·이천왕·나타태자와 이십팔수·구요성관·십이원진·오방게제·사치공조·동서성두·남북이신·오악사독·보천성상 등 십만 천병을 차출하고 십팔가 천라지망을 펼쳐 화과산을 포위하게 하였다.
이 싸움에서:
황풍이 굴러 하늘을 가리고 어둡게 하며, 자색 안개가 피어올라 대지를 덮어 어둑하게 하는도다. 오직 요원숭이가 옥황상제를 업신여긴 탓에, 뭇 성신들이 하계에 내려오게 되었도다.
천병이 이르러 화과산을 물샐 틈 없이 에워쌌다. 이천왕이 구요성에게 출전을 명하니 구요성이 동굴 밖에서 도전하였다. 대성이 술자리에서 보고를 받고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늘 술이 있으니 오늘 취하자. 문 앞의 시비에 신경 쓰지 마라." 구요성이 문을 부수고 쳐들어오자 대성이 노하여 독각귀왕에게 칠십이 동굴 요왕을 이끌고 나가게 하고 자신은 네 건장과 뒤를 따랐다.
대성이 외쳤다. "길을 열어라!" 여의봉을 뽑아 한 번 흔드니 밥그릇만 하고 한 장 이 척이 되었다. 자세를 잡고 쳐나가니 구요성이 감히 대적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사대천왕과 이천왕, 나타태자까지 합류하여 대규모 혼전이 벌어졌다. 대성이 한 자루 봉으로 네 대천왕과 이탁탑·나타태자를 반공에서 맞아 싸우다가 날이 저물자 털 한 줌을 뽑아 씹어 내뱉으며 외쳤다. "변해라!" 수백 개의 대성으로 변하여 저마다 금고봉을 들고 나타태자를 물리치고 오대천왕을 패주시켰다.
대성이 승리하여 동굴로 돌아오니 독각귀왕과 칠십이 동굴 요왕이 모두 천병에게 잡혀가고 오직 네 건장과 무리 원숭이들만 수렴동에 숨어 있었다. 네 건장이 크게 울고 또 웃으며 말하였다. "아침에 천왕과 싸우다가 요왕들과 독각귀왕이 모두 잡혀가서 슬프고, 대성이 승리하여 돌아오셨으니 기쁩니다." 대성이 말하였다. "승패는 병가의 상사다. 잡혀간 것들은 호랑이 이리 여우 너구리 류이고 나와 같은 원숭이 류는 하나도 상하지 않았으니 슬퍼할 것 없다. 이제 굳건히 방어하며 배불리 먹고 편히 자서 기운을 회복하자. 내일 신통을 써서 천장들을 모두 잡아 원수를 갚겠다."
사대천왕도 병사를 거두어 보고하니 호랑이 표범 사자 코끼리 이리 여우 너구리들은 잡았으나 원숭이는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다. 다시 진영을 단단히 지키며 내일 대전을 기다렸다.
요원숭이가 천지를 놀라게 하는 난을 일으켰으니, 그물을 펼치고 밤낮으로 지켜보는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