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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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회 성스러운 스님이 밤에 통천하를 만나다——금광탑에서 동녀 동남이 요괴에게 바쳐지다

차지국을 떠나 통천하에 도착한 일행이 진가장에 투숙한다. 마을에서 영감대왕에게 동남동녀를 제물로 바치는 관습을 알게 된 손오공과 저팔계가 아이들로 변신해 요괴를 유인하지만, 요괴는 강으로 달아난다.

통천하 진가장 영감대왕 손오공 저팔계 동남동녀 제물 삼장법사

차지국을 뒤로하고 일행이 서쪽으로 발걸음을 이어갔다. 한 달 가까이 걸어 어느 날 거대한 강 앞에 다다랐다. 물빛이 황금처럼 출렁이고 강폭이 끝없이 넓었다. **통천하(通天河)**였다.

삼장법사가 말 위에서 강을 바라보며 눈살을 찼다.

"저 강을 어떻게 건너겠느냐?"

손오공이 하늘로 솟아올라 사방을 살폈다. 강 건너편 서쪽 기슭이 아득히 멀었다. 동쪽에 마을 하나가 보였다. **진가장(陳家莊)**이었다.

"저기 마을이 있습니다. 오늘은 저기서 투숙하고 내일 방도를 찾읍시다."


진가장으로 들어가자 마을 안이 을씨년스럽게 조용했다. 어느 집 문을 두드리니 노인이 나왔다. 얼굴이 수척하고 눈이 붉었다.

삼장이 합장했다.

"하룻밤 묵을 수 있겠습니까?"

노인이 한참 일행을 바라보더니 집 안으로 안내했다. 저녁상을 차려주면서도 말이 없었다. 안채에서 통곡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손오공이 물었다.

"어른, 집 안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노인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오늘 밤이 그 날입니다."

"무슨 날입니까?"


노인이 천천히 이야기를 풀었다.

"이 강에 **영감대왕(靈感大王)**이라는 요괴가 산 지 수십 년이 됩니다. 이 요괴가 해마다 한 번씩 마을에 동남 한 명, 동녀 한 명을 제물로 요구합니다. 바치지 않으면 강물을 범람시켜 마을을 쓸어버리겠다고 협박합니다. 이 마을 이름이 진가장이라 성씨가 진씨인 집안에서만 아이를 내놓아야 합니다. 올해가 스물다섯 번째입니다."

"올해도 아이를 바칩니까?"

노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오늘 밤 우리 집 아이를 바쳐야 합니다. 아들과 딸이 각각 하나씩입니다."


손오공이 저팔계를 옆으로 끌어당겼다.

"팔계야, 네가 그 여자아이로 변신하고 나는 사내아이로 변신하자. 요괴가 나타나면 우리가 상대하겠다."

저팔계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 요괴가 얼마나 강한지도 모르는데요."

"겁나냐? 이렇게 좋은 기회에 공을 세워야지."

저팔계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아이들을 내실로 들여보냈다. 손오공이 사남아 모습으로, 저팔계가 소녀 모습으로 변신해 제단 앞에 앉았다.


자정이 다가오자 강물이 출렁이더니 광풍이 불어왔다. 요괴의 부하들이 새까만 갑옷을 입고 나타났다.

"제물을 받으러 왔다!"

손오공과 저팔계가 부하들을 따라가는 척하다 강가에서 정체를 드러냈다.

손오공이 여의봉을 꺼냈다.

"이 손 대성을 어디로 데려가겠다는 것이냐!"

저팔계도 쇠갈퀴를 빼들었다.

부하들이 달아나며 소리쳤다.

"대왕마마! 사람이 아닙니다! 요괴들입니다!"

영감대왕이 강물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몸집에 비늘이 번쩍였다. 손오공이 여의봉으로 내리쳤다. 영감대왕이 무기를 들어 받아쳤다.

수십 합이 오갔다. 영감대왕이 형세가 불리함을 알아채더니 강물 속으로 뛰어들어 사라졌다.


손오공과 저팔계가 강가에서 손을 털었다.

"물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저팔계가 강물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저 강이 얼마나 깊은지 모르겠습니다. 들어가서 싸울 수는 있겠지만, 저도 이 강에서는 불리합니다."

손오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다시 방도를 찾자. 오늘 밤은 마을 어른들을 안심시켜 드리자."

두 사람이 진가장으로 돌아오자 노인이 두 손을 맞잡으며 절을 올렸다.

영감대왕이 수십 년을 군림했어도,
오늘 밤 여의봉 한 번에 강으로 달아났다.
통천하의 물이 넓고 깊다 해도,
서천 가는 길을 가로막을 수는 없다.

삼장법사가 노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아이들은 무사합니다. 내일 우리가 이 강을 건너는 방도도 찾겠습니다."

노인이 눈물을 흘리며 몇 번이고 머리를 조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