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마왕이 꾀로 손오공을 가두다——손오공이 보물 호리병을 빼앗다
손오공이 신선으로 변신해 소요괴들에게서 보물 호리병을 바꿔치기한다. 은각대왕이 가짜 호리병으로 손오공을 가두려 하지만 실패하고, 손오공이 진짜 호리병으로 은각대왕을 가두는 데 성공한다.
손오공이 구름 위에서 생각을 가다듬었다.
'저 연화동 요괴들에게는 강력한 보물이 있다. 그 중에서도 자금홍호리병은 이름을 부르면 응하는 순간 안에 가두어버리는 물건이다. 저것을 빼앗아야 한다.'
손오공이 털 하나를 뽑아 호리병으로 변환시켰다. 그리고 자신은 봉래산 신선으로 변신했다.
소요괴 두 명이 호리병을 들고 길을 걷고 있었다. 이름을 부르면 응하는 자를 가두어 오라는 명을 받은 참이었다.
손오공이 신선 모습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동자들, 무얼 들고 가오?"
소요괴들이 상황을 설명했다. 손오공이 눈을 빛냈다.
"오, 그것이 하늘을 담는 호리병이오? 마침 내게도 같은 것이 있는데, 비교해 봅시다."
손오공이 가짜 호리병을 꺼내 보였다. 소요괴들이 탐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저게 하늘을 담는다고요? 진짜입니까?"
"물론이오. 바꾸어 볼 텐가?"
소요괴들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다 교환에 응했다.
손오공이 진짜 호리병을 받아 소매 속에 숨겼다. 가짜 호리병을 소요괴들이 들고 연화동으로 돌아갔다.
한편 동굴 안. 소요괴들이 은각에게 호리병을 건네며 손오공에게 써보라고 했다. 은각이 호리병을 들고 동굴 밖으로 나와 하늘을 향해 던졌다.
"하늘을 담아라!"
호리병이 쑥 올라갔다가 아무것도 담지 못하고 그대로 툭 떨어졌다.
은각이 다시 해보았다.
"안 되는군!"
소요괴가 머리를 긁적였다.
"아까 그 신선이 바꿔치기 한 것 같습니다."
은각이 이를 갈았다.
"그 원숭이가 변신해서 속인 것이구나!"
손오공이 연화동 문 앞에 서서 소리쳤다.
"은각대왕, 이리 나와라!"
은각이 달려나와 싸웠다. 수십 합 만에 손오공이 호리병을 꺼내 하늘 위로 던지며 외쳤다.
"은각대왕!"
은각이 본능적으로 입을 열었다.
"응—"
그 한 글자가 채 끝나기도 전에 쑤욱 호리병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손오공이 재빨리 뚜껑을 막고 태상노군의 부적을 붙였다.
저팔계가 장독 속에서 소리쳤다.
"형님, 잘하셨습니까?"
"잘했다. 조금만 기다려라."
보물이 보물을 이기니,
꾀가 힘을 이겼구나.
하늘을 담는다는 호리병이,
오히려 요괴를 담아버렸네.
손오공이 호리병을 흔들었다. 안에서 소리가 났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이상하다. 보통 요괴라면 이미 녹아버렸을 텐데…."
손오공이 호리병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금각대왕이 아직 동굴 안에 있었다.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