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회 평정산 연화동에서 저팔계가 잡히다——은각대왕이 삼장을 산 아래 묻다
평정산 연화동에 금각대왕과 은각대왕이 도사로 변신해 삼장 일행을 기다린다. 저팔계가 산을 살피러 갔다가 잡히고, 은각대왕이 삼장을 산 아래 묻어버린다.
보상국을 떠난 일행이 며칠을 걸어 **평정산(平頂山)**에 닿았다. 험준한 봉우리들이 하늘을 찌르고, 산허리에서 이상한 기운이 감돌았다.
삼장법사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오공아, 이 산이 심상치 않구나."
"제가 먼저 가서 살피겠습니다."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날아오르려는데 저팔계가 손을 들었다.
"형님, 이번엔 제가 살피겠습니다. 형님은 스승님 곁에 계십시오."
저팔계가 쇠스랑을 메고 산 안쪽으로 들어갔다. 한참을 걷다 보니 연화동(蓮花洞) 입구가 나타났다. 바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저팔계가 쇠스랑으로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요괴들아! 나와 보아라!"
문이 열리더니 소요괴 두 마리가 쏟아져 나왔다. 저팔계와 한참 싸웠지만 동굴 안에서 지원군이 끝없이 나왔다. 수십 합을 겨루다 기력이 달린 저팔계가 몸을 돌려 달아나려는 순간, 등 뒤에서 밧줄이 날아와 칭칭 묶어버렸다.
저팔계가 동굴 안으로 끌려갔다.
한편 연화동에는 **금각대왕(金角大王)**과 은각대왕(銀角大王) 형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 두 요괴는 강력한 다섯 가지 보물을 갖고 있었다. 자금홍호리병(紫金紅葫蘆), 옥정병(玉淨瓶), 파초선(芭蕉扇), 칠성검(七星劍), 황금 밧줄 황금승(幌金繩)이었다.
은각대왕이 저팔계를 끌어오며 웃었다.
"드디어 왔군. 삼장법사 일행이 이 산을 지나간다고 했거든. 너는 장독 물에 불려 다음에 먹기로 하겠다."
저팔계가 통속에 집어넣어졌다.
은각대왕이 꾀를 냈다. 몸을 흔들어 발을 다친 노도사로 변신했다. 지팡이를 짚고 비틀거리며 삼장법사 앞에 나타났다.
"아이고, 스님. 호랑이에게 쫓기다 다리를 다쳐 걷지 못합니다. 도와주십시오."
삼장이 즉시 측은한 마음이 일어났다.
"오공아, 저 노인을 태워드려라."
손오공이 눈을 가늘게 떴다. 화안금정이 번득이며 요괴임을 알아챘다.
'노도사 머리 위에 살기가 감돌고 있다. 분명 요괴다.'
그러나 삼장이 재촉하자 손오공이 등을 내어주며 말했다.
"올라타시오."
요괴가 손오공의 등 위에 올라타면서 비밀 주문을 외웠다. 손오공의 양쪽 어깨에 무거운 힘이 짓눌렸다. 태산(泰山)·아미산(峨眉山)·종남산(終南山) 세 산이 어깨 위에 쏟아지는 것 같았다.
손오공이 신음하며 버텼지만 결국 주저앉았다.
요괴가 손오공을 땅에 눌러놓고 구름으로 뛰어올라 삼장법사를 낚아채 달아났다.
사오정이 뒤를 쫓았지만 따라가지 못했다.
연화동 안. 은각대왕이 삼장을 끌어들이며 금각대왕에게 말했다.
"형님, 드디어 삼장을 잡았습니다!"
금각대왕이 잔치를 명했다.
그런데 잠시 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삼장을 당장 먹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제야, 이 삼장을 먹으면 불로장생한다 하지만, 한꺼번에 먹기보다 며칠 살찌운 뒤 먹는 게 어떻겠느냐?"
은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일단 산 아래 묻어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삼장법사가 산비탈 아래 굴에 가두어졌다.
한편 손오공은 세 산의 압박에서 간신히 빠져나왔다. 몸을 털며 일어서니 온몸이 시큰거렸다.
사오정이 달려왔다.
"형님, 스승님과 팔계 형님이 모두 잡혔습니다."
손오공이 입술을 깨물었다.
"저 연화동 요괴들의 보물이 보통이 아니군. 정면 싸움보다는 꾀를 써야 한다."
손오공이 눈빛을 빛내며 연화동 쪽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