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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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손오공이 인삼과를 훔쳐 먹다——화가 나서 영과 나무를 쓰러뜨리다

저팔계가 인삼과 이야기를 듣고 손오공에게 훔쳐오게 부탁한다. 손오공이 세 개를 따 형제가 나눠 먹지만, 동자들이 항의하자 손오공이 화를 참지 못하고 인삼과 나무를 통째로 뽑아 쓰러뜨린다.

인삼과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청풍명월 오장관 진원대선 만수산 영과나무

저팔계가 방에 돌아오자마자 손오공에게 귓속말을 했다.

"형님, 들으셨습니까? 저 인삼과라는 게 수명을 늘려준다는데, 우리도 하나씩 맛보면 어떨까요?"

손오공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걸 어떻게 먹겠다는 거냐?"

"형님이 살짝 가서 몇 개 따 오면 안 됩니까? 동자들은 방에 있으니 모를 거예요."

손오공이 잠시 고민하다 근두운을 타고 과수원으로 날아갔다.


과수원 한가운데에 인삼과 나무가 서 있었다. 나무 높이가 수십 길이요, 가지가 하늘을 덮었다. 나뭇잎 사이로 사람 얼굴 모양의 과일이 드문드문 달려 있었다.

손오공이 금관을 벗어 과일을 세 번 탁탁 치자 과일 세 개가 떨어졌다. 사람 얼굴 모양의 과일이 땅에 닿는 순간 흙 속으로 쏙 파고들어 사라졌다.

"이런, 땅을 좋아하는 놈인가."

지신(地神)에게 물어보니 이 과일은 금속·목·물·불·흙 다섯 기운이 모두 있어, 흙에 닿으면 땅의 기운에 이끌려 사라진다고 했다. 나무 그릇에 받아야 한다고도 일러주었다.

손오공이 나무 쟁반을 구해 와 다시 세 개를 따 방으로 돌아왔다. 형제 셋이 나눠 먹었다.

만 년에 세 번 익는 영과이니,
먹는 순간 골수 깊이 선기가 스미네.
사람 얼굴 닮았으나 사람이 아니요,
한 알에 수명 사만칠천 년을 더한다네.

사오정이 맛을 보고 감탄했다.

"이렇게 달고 향기로운 것은 처음입니다."

저팔계는 통째로 꿀꺽 삼키더니 입맛을 다셨다.

"너무 빨리 먹어서 맛을 못 느꼈네요. 형님, 하나 더 없습니까?"


한편 청풍과 명월이 방에서 나오다가 과수원 쪽을 흘끗 바라보았다. 나무 가지가 좀 이상한 것 같았다. 가서 세어보니 과일 수가 세 개 줄어 있었다.

동자들이 부리나케 달려와 손오공 일행의 방문을 두드렸다.

"여기 도둑이 있습니다! 과일을 훔쳐 간 자가 있어요!"

손오공이 시치미를 뚝 떼고 나왔다.

"무슨 소리냐?"

"우리 사부님의 보물 인삼과가 세 개나 없어졌습니다! 분명 당신들이 훔쳐 먹었지요?"

청풍이 눈을 부릅뜨며 삼장법사를 꾸짖기 시작했다. 죄가 없는 삼장법사가 멀뚱히 당하자, 손오공이 부아가 치밀었다.

"내가 훔쳐 먹었다. 나한테 따져라!"

"이 원숭이 도둑놈! 사부님이 돌아오시면 끝장을 보겠다!"

동자들이 쉬지 않고 욕설을 퍼부었다. 손오공이 눈썹 사이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놈들, 입이 그렇게 험하면 나무도 없애버리겠다."

손오공이 여의봉을 꺼내 과수원으로 달려갔다. 인삼과 나무 앞에 서서 뿌리를 겨냥해 여의봉을 힘껏 내리쳤다. 나무가 삐걱대더니 순식간에 뿌리째 뽑혀 쓰러졌다. 잎이 바스락 흩어지며 과일들이 굴러 떨어졌다.

동자들이 뛰어나와 보고는 통곡했다.

"사부님이 돌아오시면 우리는 죽었다!"

동자들이 황급히 문을 잠가버렸다.

삼장법사가 창백해진 얼굴로 물었다.

"오공아, 이 일을 어떡하면 좋겠느냐?"

손오공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일단 내뺍시다."


네 사람이 짐을 챙겨 밤중에 도관을 빠져나왔다. 새벽빛이 밝아오는 가운데 만수산을 등지고 서둘러 길을 재촉했다. 손오공이 앞서 걸으며 중얼거렸다.

"설마 나무를 살릴 수가 없겠어? 내가 길을 찾아보마."

삼장법사가 말 위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어서 사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텐데."

사오정과 저팔계는 아무 말 없이 빠른 걸음으로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