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만수산 오장관에 이르다——사대보살이 과부로 변신해 저팔계를 시험하다
과부 집에서 투숙하는데 세 딸이 결혼을 제안한다. 삼장은 거절하지만 저팔계가 유혹에 빠진다. 실은 관음·보현·문수·지장 사대보살의 시험이었으며, 저팔계는 수풀에 묶인 채 발견된다. 일행은 만수산 오장관에 도착한다.
유사하를 건넌 삼 인방에 사오정이 합류해 넷이 되었다. 며칠을 걷다 어느 저물녘 한 고택에 다다랐다. 솟을대문이 높고, 담장이 넓으며, 안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삼장법사가 문을 두드렸다. 중년 부인이 나왔다. 남편 없이 딸 셋을 데리고 사는 과부였다. 부인이 일행을 안으로 맞이하며 차를 내어 왔다.
"법사님, 저는 오랫동안 이 집을 지키고 있습니다. 딸들도 이제 혼기가 찼는데, 마침 훌륭한 분들이 오셨으니…."
부인이 말을 이었다.
"저희 집 재산이 넉넉합니다. 혹 제 딸들과 인연을 맺어 데릴사위로 들어오실 분이 계시다면, 어떻겠습니까?"
삼장법사가 합장하며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미타불. 저는 출가한 몸이라 그런 일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손오공과 사오정도 한마디씩 거절했다. 저팔계만 묘하게 입가를 실룩이며 땅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밤이 되었다. 저팔계가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 혼자 방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손오공이 낌새를 채고 벌레로 변해 귓가에서 속삭였다.
"팔계, 어딜 가느냐?"
저팔계가 펄쩍 뛰었다.
"어, 아니, 그냥 바람 쐬러요."
손오공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와 눈을 감았다.
저팔계가 조심조심 부인의 방 쪽으로 다가갔다.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방 안에서 세 딸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팔계가 코를 킁킁거리다 문을 두드렸다.
"저 혼자라면… 사실 괜찮을 것 같기도 해서요."
그런데 웬걸, 방 안에서 눈부신 빛이 쏟아졌다. 부인과 딸 셋이 홀연히 연꽃 빛에 휩싸이더니 하늘로 올라갔다. 네 갈래 서광이 사방으로 번지며 구름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팔계야, 우리는 **관음보살·보현보살·문수보살·지장보살**이다. 네 취경 일행의 마음이 흔들림 없는지 시험하러 왔더니, 네 이놈만 파계를 범하려 했구나!"
저팔계가 겁에 질려 땅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사방에서 성광이 쏟아지고,
구름 사이로 보살의 목소리가 내려온다.
탐욕 한 번에 대계를 어길 뻔하니,
팔계라 부르는 까닭이 바로 이것이라네.
날이 밝자 손오공이 뒷마당 수풀에서 저팔계를 발견했다. 머리칼이 수풀 가지에 꽁꽁 묶여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손오공이 한참 웃다가 겨우 풀어주었다.
삼장법사가 엄하게 꾸짖었다.
"팔계,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저팔계가 귀까지 빨개진 채 고개를 숙였다.
"예, 예.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일행이 다시 길을 떠나 며칠 더 걸었다. 그러자 눈앞에 **만수산(萬壽山)**이 솟아오르고, 산 중턱에 붉은 문이 달린 도관(道觀)이 보였다. 현판에는 **오장관(五庄觀)**이라 씌어 있었다.
손오공이 무릎을 치며 말했다.
"이곳이 바로 진원대선(鎮元子) 어르신의 도장이구나. 어르신은 천하에 신선의 조종(祖宗)이라 불린다. 대단하신 분이야."
도관 문이 열리자 **청풍(淸風)**과 명월(明月), 두 동자가 맞아 주었다. 어린 얼굴에 도의를 차려입은 동자들이 공손히 절했다.
"저희 사부님께서는 잠시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다만 가시기 전에 분부를 남기셨습니다. '당나라 법사가 지나가거든 인삼과(人参果) 두 개를 내어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청풍이 쟁반에 인삼과 두 개를 가져왔다. 주먹만 한 과일인데, 사람의 얼굴처럼 생겨서 코와 입, 두 눈까지 갖춰 있었다.
삼장법사가 기겁해 손을 내저었다.
"저, 저것은 사람이 아닙니까? 어찌 저걸 먹으란 말이오?"
청풍이 웃으며 설명했다.
"이 과일은 만 년에 세 번 열리는 영과(靈果)입니다. 먹으면 수명이 늘어나지요. 다만 태어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을 뿐, 사람이 아닙니다."
삼장법사는 끝내 고개를 저었다.
청풍과 명월이 인삼과를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