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영길보살이 황풍을 잠재우다——황풍대왕이 손오공의 눈을 상하게 하다
황풍대왕의 선봉 호선봉이 손오공에게 죽임을 당하고, 황풍대왕이 직접 나와 싸우다 삼매신풍으로 손오공의 눈을 다치게 한다. 영길보살이 정풍단을 주어 눈을 치료하고 황풍대왕을 잡는다.
삼장법사를 황풍동에 가둔 황풍대왕은 부하 **호선봉(虎先鋒)**을 내보내 싸우게 했다. 손오공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자 호선봉이 달려들었지만, 여의봉 두 방에 동산 아래로 내쳐져 버렸다. 손오공이 뒤쫓아 호선봉의 머리를 박살 내고 목을 끊어 문 앞에 끌어다 놓았다.
황풍대왕이 분통을 터뜨리며 직접 나섰다. 금빛 투구와 황금 갑옷, 강철 삼지창을 든 황풍대왕과 손오공이 동굴 앞에서 격돌했다. 삼십 합이 오갔으나 승부가 나지 않았다. 손오공이 털끝 수백 개를 뽑아 분신을 만들어 포위하자, 황풍대왕이 입을 세 번 오므리더니 **삼매신풍(三昧神風)**을 내뿜었다.
한기가 서늘하게 천지를 뒤흔들며,
형체도 그림자도 없는 황사가 소용돌이친다.
황하 물이 솟구쳐 바닥까지 흙탕물 되고,
보타산을 휘감아 경문 두루마리를 날려버린다.
분신들이 바람에 팽이처럼 빙빙 돌아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손오공이 털끝을 거두고 혼자서 버텼지만 다시 한 번 황풍이 정면으로 밀려들어 두 눈을 틀어막았다. 화안금정마저 이 신풍 앞에서는 무력했다. 눈물이 멈추지 않고 눈을 뜰 수 없어 여의봉을 제대로 쓸 수 없었다.
손오공이 후퇴하자 황풍대왕이 동굴로 돌아갔다.
저팔계가 달려와 손오공을 부축했다.
"형님, 괜찮습니까?"
"눈이 아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저 바람이 보통 바람이 아니야."
둘이 산 아래로 내려가 왕씨 노인 집을 찾아 하룻밤 묵었다. 손오공이 이리저리 수소문하다 산 위에 **영길보살(靈吉菩薩)**의 도장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새벽에 구름을 타고 올라가 보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영길보살이 손오공의 사정을 듣고 말했다.
"그 황풍대왕은 본래 영취봉 아래에 숨어살던 황모서(黃毛鼠)의 화신이다. 여래불께서 이 산 기슭에 나를 파견하여 그를 제압하게 하셨는데, 그가 취경인을 해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보살이 **정풍단(定風丹)**을 꺼내어 손오공의 눈에 발라 주었다. 잠시 후 손오공이 눈을 깜빡이니 시야가 맑아졌다.
"보살님, 감사합니다!"
보살이 말을 이었다.
"또한 여기 **비풍보주(飛風寶珠)**가 있다. 저 황풍이 아무리 맹렬해도 이 보주 하나면 잠재울 수 있다."
손오공이 보주를 받아 쥐고 황풍동 앞으로 돌아갔다. 황풍대왕이 다시 달려나와 싸우다가 또 삼매신풍을 내뿜었다. 이번엔 달랐다.
손오공이 보주를 공중에 높이 던지자 황금빛 빛이 폭발하며 황풍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황풍대왕이 어리둥절해하며 멈칫하는 순간, 저팔계가 옆에서 쇠스랑으로 그의 뒤를 강타했다. 황풍대왕이 비틀거리다가 털썩 쓰러졌다. 본래 모습인 황모서로 돌아가 바닥에서 퍼덕였다.
손오공이 여의봉을 내리찍어 황풍대왕을 처단했다.
동굴 안에 갇혀 있던 삼장법사가 풀려났다. 저팔계가 달려가 안아드렸다.
"스승님, 무사하십니까?"
"살았느냐. 고맙다, 고마워."
세 사람이 재회하여 황풍령을 빠져나갔다. 영길보살이 허공에서 합장하며 배웅했다. 황풍대왕의 부하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고, 황풍동의 위세는 그날로 끝났다.
손오공이 눈을 껌뻑이며 말했다.
"이제 눈도 말쑥하고 스승님도 무사하니, 어서 서쪽으로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