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가오노장에서 고씨 집에 묵다——저팔계가 요괴 현신을 드러내다
삼장법사 일행이 가오노장에 투숙하며 고씨 집 데릴사위가 요괴임을 알게 된다. 손오공이 고씨 딸로 변신해 저팔계를 유인하고, 저팔계가 달려들자 본모습을 드러내 싸운다.
흑풍산 사건을 마무리하고 서쪽으로 한참을 걷자 봄이 가고 여름이 찾아왔다. 길가 버드나무에 잎이 무성하고 꽃향기가 진동했다. 저물녘, 대나무 울타리 안에 초가 지붕이 겹쳐진 마을이 보였다. 삼장법사가 말했다.
"오공아, 저기 사람 사는 곳이 있구나. 하룻밤 재워달라고 부탁해보자."
마을 초입에서 포대기 같은 옷차림의 젊은 사내가 바쁘게 걸어왔다. 손오공이 슬쩍 팔을 잡았다.
"이보게, 여기가 어느 마을인가?"
사내가 버둥거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 동네는 **가오노장(高老莊)**이오. 반절 이상이 고씨(高) 성을 써서 그리 부르지요."
손오공이 계속 붙잡자 사내가 아우성을 쳤다. 그리고 결국 털어놓았다.
"사실은 저희 주인 고태공(高太公) 어르신의 심부름을 가는 길이오. 셋째 딸 취란이 삼 년 전 요괴 사위를 들였는데, 반년 전부터 딸을 가둬놓고 가족과도 못 만나게 하오. 법사를 구해 요괴를 쫓으러 가는 길이었소."
손오공이 무릎을 치며 외쳤다.
"잘됐구나! 우리가 바로 그 법사다."
고태공이 삼장법사를 정중히 맞이했다. 손오공의 험상궂은 얼굴에 기겁하면서도 사위 이야기를 상세히 털어놓았다.
"처음엔 검고 튼튼한 장정이었소. 복릉산 출신이라 했지요. 일도 잘하고 부지런했으나 얼마 지나 길고 큰 귀에 돼지 코가 달린 괴물로 변했소. 한 번에 쌀 서너 말은 거뜬히 먹어치우고, 바람과 모래를 부려 동네 사람들을 모두 겁먹게 했지요. 딸이 걱정되어 내보내려 하니 막무가내라오."
손오공이 씨익 웃었다.
"오늘 밤 제가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한밤중에 손오공이 고씨 딸의 방으로 들어가 그 딸처럼 변신하고 앉았다. 얼마 후 문이 열리더니 돼지 형상의 요괴가 들어섰다. 검은 코, 큰 귀, 거친 몸통에 길다란 눈이 달린 것이 이 요괴였다.
"여보, 어찌 여기 앉아 있소?"
손오공이 여자 목소리로 흑흑 흐느꼈다.
"당신 때문에 가족도 못 만나고 있잖아요. 저 집에 승려들이 왔다더니, 당신을 쫓아낸다고 하던데요."
요괴가 코웃음치며 다가들었다.
"어떤 승려가 나를 쫓아낼 수 있겠소?"
그 순간 손오공이 본모습으로 돌아오며 여의봉을 들었다.
"이 도둑놈! 남의 집 딸을 가두어 놓고 뭐 하는 짓이냐?"
요괴가 놀라 황급히 달아나며 소리쳤다.
"너는 누구냐!"
"나는 화과산 수렴동의 손오공이다!"
요괴의 표정이 굳었다.
"아, 그 제천대성이라는 자냐? 어째서 이곳까지 왔느냐?"
"고씨 집에 투숙했다가 부탁을 받았다. 어서 이 집을 떠나라!"
요괴가 구름 바람으로 변해 달아났다. 손오공이 뒤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