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손오공이 흑풍산에서 요괴를 무찌르다——관음보살이 웅요괴를 항복시키다
손오공이 흑풍산의 흑웅정과 싸워 가사를 되찾으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관음보살의 도움을 받아 단약 함정으로 곰 요괴를 잡고 가사를 되찾는다.
흑풍산 산속으로 들어가니 짙은 안개 사이에 동굴 하나가 보였다. 간판에는 **흑풍동(黑風洞)**이라 쓰여 있었다. 손오공이 문 앞에 서서 큰 소리로 외쳤다.
"어제 우리 가사를 훔쳐간 도적이 있다면 빨리 내놓아라!"
동굴 안에서 커다란 검은 곰이 달려나왔다. 검은 비단옷 위에 금빛 눈이 반짝이는 흑웅정이었다.
"어떤 녀석이 감히 우리 집 문 앞에서 떠드느냐?"
"어저께 관음선원에서 금란가사를 훔쳐간 놈이 너냐?"
"그 가사는 내가 집어온 거다. 어째서 도적이라 하느냐? 나는 그것을 생일 잔치 때 선보이려 했을 뿐이다."
"선물이 탐났으면 주인에게 청하면 될 것이거늘, 그냥 가져가는 것이 어찌 도적이 아니냐!"
두 사람이 으르렁대다 싸움이 붙었다. 여의봉과 흑웅정의 장창이 맞부딪히며 수십 합이 오갔다. 호수에 비친 달처럼 진퇴가 엇비슷했다. 동틀 무렵 흑웅정이 연기를 내뿜고 동굴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손오공이 돌아와 보니 삼장법사가 나무 아래 앉아 걱정하고 있었다.
"어찌 되었느냐?"
"비기며 끝났습니다. 저 혼자는 안 되겠으니 관음보살께 도움을 청하러 가겠습니다."
삼장법사가 탄식하며 말했다.
"오공아, 그 가사는 원래 보살께서 주신 것인데, 내가 자랑하다 잃었으니 낯이 없구나."
"그 가사를 잃으면 스승님의 체면이 없습니다. 제가 반드시 찾아오겠습니다."
손오공이 근두운을 타고 남해 낙가산으로 달려갔다.
관음보살이 손오공의 사정을 다 듣고 말했다.
"어찌 가사를 내주었느냐?"
"제가 노승의 간계를 막으려 하다가 실수했습니다. 보살님께서 한 수 가르쳐 주십시오."
보살이 웃으며 일어났다.
"그 흑웅정은 나와 인연이 있는 자다. 내가 직접 가서 처리하겠다."
보살이 손오공을 데리고 가며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는 단약 병 두 개를 들었다.
"이것을 어찌 쓰시렵니까?"
"내가 변장할 것이니 그대는 모른 척해라."
보살이 변신하여 **영감대왕(凌虛大仙)**이라는 도사의 모습을 취하고 흑웅동 앞에 나타났다. 흑웅정이 반갑게 맞이하며 생일 잔치에 초대했다. 보살이 웃으며 단약 두 병을 내밀었다.
"이것이 생일 선물이오. 장생불로의 영단이라오."
흑웅정이 기뻐하며 단약 하나를 입에 넣으려는 순간 보살이 본모습을 드러냈다. 단약이 그의 목구멍에서 갑자기 쇠사슬로 변해 그를 꽁꽁 묶었다. 흑웅정이 바닥을 뒹굴며 울부짖었다.
"보살님, 살려주십시오!"
"항복하겠느냐?"
"항복합니다! 항복합니다!"
보살이 흑웅정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대는 이제부터 내 낙가산 **수산대신(守山大神)**이 되어라. 허물을 씻으면 다시 좋은 인연을 맺게 되리라."
흑웅정이 순순히 고개를 조아렸다.
손오공이 가사를 받아들고 기뻐하며 물었다.
"보살님, 저 놈을 이렇게 쉽게 처리하셨는데 왜 미리 오시지 않았습니까?"
보살이 빙긋 웃었다.
"그대가 먼저 시련을 겪어야 공이 쌓이지 않겠느냐."
손오공이 머리를 긁적였다.
두 사람이 관음선원으로 돌아오니 살아남은 중들이 엎드려 빌었다. 보살이 그들을 일으키며 말했다.
"앞으로 수양하며 선을 쌓아라. 여래불의 자비가 너희를 굽어살펴 주시리라."
삼장법사가 가사를 돌려받고 눈물을 흘리며 감사드렸다. 보살이 인사를 마치고 남해로 돌아갔다. 손오공이 가사를 조심스럽게 포장해 보따리에 넣으며 말했다.
"스승님, 이제 어서 서쪽으로 갑시다."
삼장법사가 말 위에 오르자 두 사람은 서쪽 길로 힘차게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