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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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영근이 잉태되어 근원에서 솟아나다——심성을 닦아 대도가 생하다

천지 개벽의 이치를 노래한 뒤 동승신주 오래국 근해의 화과산에서 선석이 폭발하여 돌원숭이가 태어난다. 돌원숭이가 수렴동을 발견하고 미후왕이 되나, 죽음을 두려워해 불로장생을 찾아 떠난다. 서우하주 영대방촌산 사월삼성동에서 수보리 조사를 만나 손오공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손오공 화과산 수렴동 수보리조사 미후왕 오래국 동승신주 영대방촌산

시에 이르기를:

혼돈이 갈리기 전 하늘과 땅은 뒤섞여 있었고, 아득하고 끝없는 허공에 아무도 없었노라. 반고가 홍몽을 가르고 나서야 맑음과 탁함이 비로소 나뉘었고, 뭇 생명을 덮고 실어 온 지극한 인이 만물을 밝게 드러냈도다. 조화의 회원지공을 알고자 한다면 모름지기 서유석액전을 보라.

천지의 수는 십이만 구천육백 년을 한 원(元)으로 삼는다. 한 원은 열두 회(會)로 나뉘어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의 십이지가 된다. 한 회는 일만 팔백 년이다.

하루로 비유하자면 자시에 양기가 생겨나고 축시에 닭이 울며, 인시에 빛이 돌고 묘시에 해가 뜨고, 진시에 아침을 먹으며 사시에 일들이 배치된다. 오시에 하늘 한가운데 해가 서고 미시에 서쪽으로 기울며, 신시에 해 질 녘이 되고 유시에 해가 지며, 술시에 황혼이 되고 해시에 잠자리에 든다. 대수로 비유하면 술회의 끝에 이르면 천지가 어둡고 어두워져 만물이 막히고, 다시 오천사백 년이 지나 해회의 초입에 이르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혼돈이라 한다.

다시 오천사백 년이 지나 해회가 거의 끝날 무렵 자회에 가까워지면 다시 차차 밝아온다. 소강절이 이르되 "동지 자시 절반에 하늘의 마음은 변함이 없고, 처음으로 양기가 움직이는 곳에 만물이 아직 생겨나지 않았다" 하였다.

이때에 하늘이 비로소 뿌리를 두었다. 다시 오천사백 년이 지나 바야흐로 자회에 이르면 맑고 가벼운 것이 위로 오르니 해와 달과 별이 나타났다. 해·달·별, 이를 사상이라 한다. 그러므로 하늘이 자시에 열렸다고 한다.

또 오천사백 년이 지나 자회가 거의 끝날 무렵 축회에 가까워지면 차차 단단해진다. 역에 이르되 "위대하다, 건원이여! 지극하다, 곤원이여! 만물이 의지하여 생겨나니 순히 하늘을 받든다" 하였다. 이때에 땅이 비로소 굳어졌다. 다시 오천사백 년이 지나 바야흐로 축회에 이르면 무겁고 탁한 것이 아래로 가라앉아 물·불·산·돌·흙이 생겨났다. 물·불·산·돌·흙, 이를 오형이라 한다. 그러므로 땅이 축시에 열렸다고 한다.

또 오천사백 년이 지나 인회의 초입에 만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역에 이르되 "하늘의 기운은 내려오고 땅의 기운은 올라가서 천지가 서로 합하여 뭇 사물이 모두 생겨난다" 하였다. 이때 하늘은 맑고 땅은 상쾌하며 음양이 합해졌다. 다시 오천사백 년이 지나 인회에 이르러 사람이 생기고 짐승이 생기고 새가 생겼다. 하늘·땅·사람, 삼재가 자리를 정하였다. 그러므로 사람이 인시에 생겨났다고 한다.

반고가 개벽한 이래 삼황이 세상을 다스리고 오제가 인륜을 정하니 세계는 네 개의 큰 부주로 나뉘었다. 동승신주·서우하주·남섬부주·북구로주가 그것이다. 이 이야기는 오로지 동승신주를 무대로 한다. 바다 밖에 오래국이라는 나라가 있고, 그 나라 가까운 대해 가운데 화과산이라는 명산이 솟아 있었다. 이 산은 십주의 조맥이요 삼도의 내룡으로, 천지가 열릴 때부터 우뚝 솟은 진정한 명산이었다.


그 산의 정상에 선석이 하나 있었다. 높이가 서 장 여섯 자 다섯 치, 둘레가 두 장 네 자——삼백육십오도의 주천에 응하고 이십사절기를 맞춘 크기였다. 위에는 구규팔공이 뚫려 구궁팔괘에 응하였다.

개벽 이래 하늘의 진기와 땅의 빼어남, 해의 정기와 달의 광화를 오래도록 받으니 드디어 영통의 뜻이 생겨났다. 안에서 선포가 자라 어느 날 터지면서 돌알을 낳았는데 둥근 공처럼 생겼다. 바람을 맞으니 돌원숭이로 화하였다. 오관이 갖추어지고 사지가 온전하였다.

그 원숭이는 곧 기어다니고 걷기를 배웠으며 사방에 절을 하였다. 눈에서 두 줄기 금빛 광채가 뿜어져 나와 두부에 쏘았다. 이에 높은 하늘 위 성스러운 자, 자비로운 옥황대천존현궁고상제가 놀라 영소보전에 선경들을 모으고 금빛이 치솟는 것을 보고는 천리안과 순풍이에게 남천문을 열고 살펴보라 명하였다.

두 신장이 명을 받들어 자세히 살피고 돌아와 아뢰었다. "신들이 금빛이 솟는 곳을 살폈더니 동승신주 바다 동쪽 오래 소국 경계에 화과산이 있고, 산 위에 선석이 있으며, 그 석에서 알이 나와 바람에 돌원숭이로 화하여 사방에 절을 하는데 눈에서 금빛이 두부를 뚫었습니다. 지금 물을 마시고 음식을 먹기 시작하였으니 금빛이 곧 수그러들 것입니다." 옥황상제가 은혜를 베풀어 이르셨다. "아래 세상의 것이라 천지 정화로 생겨난 것이니 기이하게 여길 것 없다."

그 원숭이는 산 속에서 마음대로 걷고 뛰며 풀과 나무를 먹고 시냇물을 마시고 산꽃을 따고 나무 열매를 찾았다. 이리와 벌레를 벗 삼고 호랑이와 표범을 무리로 삼으며 노루와 사슴을 친구로 삼고 원숭이들을 친족으로 삼았다. 밤에는 석벽 아래에서 자고 낮에는 봉우리와 동굴을 유람하였다. 참으로 "산 속에 갑자가 없으니 추위가 다해도 해가 지나는 줄 모른다"는 말 그대로였다.


어느 날 날씨가 무더워 무리 원숭이들이 더위를 피해 소나무 그늘 아래 모여 놀았다. 한 무리 원숭이들이 한동안 뛰어논 뒤 산 속 시냇가로 목욕을 하러 갔다. 콸콸 흐르는 물줄기를 보더니 모두들 말하였다. "이 물이 어디서 흘러오는지 모르겠구나. 오늘 한가한 김에 시냇가를 따라 올라가 근원을 찾아보자." 한 소리에 너나 할 것 없이 아이를 이끌고 형제를 부르며 시냇물을 따라 산을 올라가니 근원지에 이르렀더니 과연 폭포수가 쏟아지고 있었다.

한 줄기 흰 무지개가 솟아오르고, 천 길 눈 물결이 날아오른다. 바닷바람도 끊지 못하고, 강 위 달빛은 여전히 비추는도다. 차가운 기운이 푸른 봉우리를 가르고, 남은 물줄기가 푸른 골짜기를 촉촉이 적신다. 잔잔히 흐르는 이름 높은 폭포, 진정 발 드리운 휘장 같도다.

원숭이들이 손뼉을 치며 칭찬하였다. "참 좋은 물이구나! 이곳이 산 아래와 멀리 통하여 대해의 물결과 바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더니 말하였다. "누구든 본사가 있어 저 안에 들어가 근원을 찾아 나와도 몸이 상하지 않으면 우리가 그를 왕으로 섬기겠다." 세 번 연거푸 소리쳤다.

그때 군중 속에서 돌원숭이 한 마리가 뛰쳐나오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내가 들어가겠다!" 그 원숭이는 눈을 감고 몸을 잔뜩 웅크려 한 번 뛰어오르더니 폭포 속으로 곧장 뛰어들었다. 눈을 번쩍 뜨고 고개를 들어 살피니 물도 없고 파도도 없이 밝고 환한 다리 하나가 놓여 있었다. 몸을 멈추고 정신을 가다듬어 다시 자세히 보니 철판교였다. 다리 아래 물은 돌 틈으로 꿰뚫려 거꾸로 흘러 나가면서 다리 입구를 가리고 있었다.

몸을 일으켜 다리 위로 올라가 이리저리 살피니 사람이 사는 곳 같기도 하였다. 정말 좋은 곳이었다! 취색 이끼가 푸르게 쌓이고 흰 구름이 옥처럼 떠 있으며, 빛이 조각조각 안개와 노을 속에 흔들렸다. 돌 자리에 돌 평상, 돌 대야에 돌 그릇이 있었다. 중앙 돌 비석에 한 줄 큰 해서가 새겨져 있었다. "화과산 복지, 수렴동 동천(花果山福地,水帘洞洞天)."

돌원숭이는 기쁨을 억누르며 얼른 몸을 돌려 밖으로 뛰어나와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 물 밖으로 뛰쳐나오더니 두 번 크게 웃으며 외쳤다. "대단한 행운이다! 대단한 행운이야!"

원숭이들이 에워싸며 물었다. "안이 어떻던가? 물은 얼마나 깊더냐?" 돌원숭이가 말하였다. "물이 없다! 물이 없어! 알고 보니 철판교가 있고 그 너머에 천조지설의 살림집이 있더라." 자신이 본 것을 모두 이야기하였다. 그러더니 말하였다. "안이 넓어 천백 명 늙은이 아이들이 들어가 살 수 있다. 우리 모두 들어가 살자. 바깥에서 하늘의 기를 받을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원숭이들은 소식을 듣고 저마다 기뻐하며 들어가자고 하였다. 돌원숭이가 다시 눈을 감고 몸을 웅크려 안으로 뛰어들면서 소리쳤다. "모두 나를 따라오너라!" 담이 큰 원숭이들은 모두 뛰어들었고, 담이 작은 것들도 한참 머뭇거리다 결국 모두 들어왔다.

다리를 건너 이리저리 대야와 그릇을 차지하고 아궁이와 침상을 점령하며 옮기고 이동하더니 원숭이 본성대로 잠시도 조용할 틈이 없다가 기진맥진해서야 멈추었다.

돌원숭이가 상석에 앉아 말하였다. "제위들이여, 사람이 신의가 없으면 어찌 옳다 하겠소. 여러분이 아까 말하기를 들어갔다 나와도 몸이 상하지 않으면 왕으로 섬기겠다 하였는데, 나는 지금 들어왔다 나갔다 하며 이 동천을 찾아드렸거늘 어찌 나를 왕으로 섬기지 않겠소?" 원숭이들은 두말없이 엎드려 절하며 모두 "천세 대왕"을 외쳤다.

이로부터 돌원숭이가 왕위에 올랐다. '돌'자를 숨기고 "미후왕"이라 일컫게 되었다.


미후왕은 온갖 원숭이 무리를 이끌며 군신의 관계를 나누었다. 낮에는 화과산에서 노닐고 밤에는 수렴동에서 잠을 잤다. 삼사백 년을 이렇게 즐기며 살았다.

어느 날 무리와 성대한 잔치를 벌이다 문득 근심이 생겨 눈물을 뚝뚝 흘렸다. 무리 원숭이들이 황급히 엎드려 물었다. "대왕은 무엇이 근심이십니까?" 왕이 말하였다. "지금 즐거운 시간이지만 먼 걱정이 하나 있어 근심스럽구나."

무리가 웃으며 말하였다. "대왕은 참 만족을 모르시는군요. 저희는 날마다 선산 복지에서 즐겁게 노니며 어떤 구속도 없이 자유로운데 무엇이 걱정이십니까?" 왕이 말하였다. "지금은 왕법이나 짐승의 위엄에 굴복하지 않아도 되지만 나이가 들고 기운이 쇠하면 어두운 저 너머에 염라대왕이 기다리고 있다. 한번 죽으면 이 세상에 헛되이 태어난 게 아니겠느냐?"

무리 원숭이들이 이 말을 듣고는 저마다 얼굴을 가리고 슬피 울며 모두 무상을 근심하였다. 그때 무리 중에서 통배원숭이 한 마리가 큰 소리로 외쳤다. "대왕께서 이토록 깊이 생각하시니 진정으로 도심이 열리셨습니다. 이 세상 다섯 부류 중에 오직 세 종류만이 염라대왕의 관할에서 벗어납니다." 왕이 물었다. "어떤 세 종류인가?" 원숭이가 말하였다. "부처와 선인과 신성한 자들이니, 윤회를 벗어나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천지산천과 함께 영원히 삽니다."

왕이 말하였다. "그 셋은 어디에 있는가?" 원숭이가 말하였다. "그들은 오직 이 세상, 오래된 동굴과 선산에 있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크게 기뻐 말하였다. "나는 내일 그대들과 작별하고 산을 내려가 바다 끝을 구름처럼 유랑하며 이 셋을 반드시 찾아 죽지 않는 법을 배우겠다."

이튿날 무리 원숭이들은 선도를 따고 이상한 열매를 골라 산약을 캐고 황정을 베어 지초와 난혜와 요초와 기화를 가득 갖추어 돌걸상 돌상에 차려 놓고 선주와 선찬을 베풀었다. 미후왕은 무리들과 하루를 흠뻑 마시고 즐겼다. 이튿날 일찍 일어나 마른 소나무를 꺾어 뗏목을 만들고 대나무 장대로 노를 삼아 열매를 챙겨 홀로 뗏목을 타고 힘껏 저어 바다로 나아갔다. 남풍을 타고 남섬부주 경계에 다다랐다.

하늘이 낳은 선원숭이 도행이 높으니, 산을 떠나 뗏목 타고 하늘 바람 탔노라. 바다 건너 선도를 찾아다니며, 뜻을 세우고 마음을 잠잠히 하여 큰 공을 세웠도다.

육지에 올라 사람들을 보고 흉내 내어 옷을 걸치고 주와 부를 두루 다니며 사람의 예와 말을 배웠다. 아침 밥 저녁 숙소를 찾으며 오직 불·선·신성한 자의 길을 물으며 장생불로의 법을 구하였으나 세상 사람들은 모두 명리를 좇는 무리들뿐이어서 몸과 목숨을 위하는 자가 아무도 없었다.

남섬부주에서 팔구 년이 흐른 뒤 문득 서양대해에 이르렀다. 해 너머 반드시 신선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다시 뗏목을 만들어 서해를 건너 서우하주 경계에 올랐다. 오래도록 두루 돌아다니다 문득 높고 빼어난 산을 만났다. 올라가 보니 과연 좋은 산이었다.

산 속 깊이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 급히 다가가니 한 나무꾼이 도끼로 나무를 패고 있었다. 그 노래 속에 "非仙即道,静坐讲黄庭(선인이 아니면 도인, 고요히 앉아 황정을 이야기한다)"는 구절이 있어 미후왕이 기뻐하며 물었다. "할아버지, 어찌 신선의 말씀을 아십니까?" 나무꾼이 웃으며 대답하였다. "이 노래는 《만정방》이라는 곡조로 이웃에 사는 신선이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미후왕이 물었다. "어디에 계십니까?" 나무꾼이 말하였다. "이 산 이름은 영대방촌산이고 그 속에 사월삼성동이라는 동굴이 있으며 그 안에 수보리 조사라는 신선이 계십니다. 저 작은 길을 따라 남쪽으로 칠팔 리 가면 곧 그곳입니다."


미후왕이 가르쳐 준 길을 따라가니 과연 동굴 하나가 보였다. 이름이 새겨진 석비를 보니 "영대방촌산, 사월삼성동"이라 하였다. 문이 굳게 닫혀 있어 감히 두드리지 못하고 소나무 가지에 올라 솔방울을 따 먹으며 놀았다. 얼마 후 동문이 열리며 선동이 나왔다. 동자가 큰 소리로 외쳤다. "어떤 사람이 여기서 소란을 피우는가?" 왕이 재빨리 내려와 공손히 인사하며 말하였다. "선동이여, 저는 도를 배우러 온 제자입니다." 동자가 웃으며 말하였다. "우리 스승님이 방금 자리에서 내려와 강단에 오르려다 '바깥에 도를 닦으러 온 자가 있으니 가서 맞이하라' 하셨습니다. 바로 당신이군요?" 왕이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동자가 말하였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니 층층이 높은 누각과 진주 궁전, 조개 대궐이 이어졌다. 요대 아래에 이르자 수보리 조사가 단상에 단정히 앉아 있고 양쪽에 삼십 명의 신선 제자들이 서 있었다. 미후왕이 깊이 절하며 수없이 머리를 조아렸다. "스승님, 스승님, 저 제자가 지극한 마음으로 예를 드립니다."

조사가 물었다. "너는 어디에서 온 사람이냐? 고향과 성명을 분명히 말하고 나서 절하여라." 왕이 말하였다. "제자는 동승신주 오래국 화과산 수렴동 사람입니다." 조사가 명하였다. "내쫓아라! 이 자는 거짓말과 속임수를 일삼는 무리라 무슨 도과를 닦겠느냐!" 왕이 황급히 거듭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였다. "제자는 사실대로 말하는 것입니다. 결코 거짓이 없습니다." 조사가 말하였다. "네가 정직하다면 어찌 동승신주라 하느냐? 그곳에서 여기까지는 두 대해와 남섬부주를 거쳐야 하는데 어떻게 올 수 있었느냐?" 왕이 고개를 숙여 말하였다. "제자가 바다를 떠돌며 방방곡곡을 유랑한 지 십수 년이 지나서야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조사가 그 말을 믿고 물었다. "성이 무엇이냐?" 왕이 말하였다. "저는 성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욕해도 화내지 않고 때려도 성내지 않으며 그저 예를 갖추어 답할 뿐입니다. 평생 성이 없습니다." 조사가 말하였다. "그 성(性)이 아니라 성씨 말이다. 부모가 성씨가 있었을 것 아니냐?" 왕이 말하였다. "저는 부모도 없습니다." 조사가 말하였다. "그렇다면 나무에서 생겨났더냐?" 왕이 말하였다. "나무는 아닙니다만 돌에서 자랐습니다. 화과산에 선석이 하나 있었는데 그 해에 돌이 터지면서 제가 생겨났습니다."

조사가 속으로 기뻐하며 말하였다. "그렇다면 천지가 낳은 것이로구나. 일어나 걸어보아라." 왕이 몸을 일으켜 두 바퀴 돌아다녔다. 조사가 웃으며 말하였다. "네 몸뚱이는 볼품없지만 솔방울 먹는 원숭이 모양이구나. 네 몸에서 성씨를 취해주겠다. '猢(호)'자는 짐승 방을 빼면 '古月'——고는 늙음이요 월은 음이라 늙은 음은 생육할 수 없으니 '猻(손)'자가 어떻겠느냐. 손자는 짐승 방을 빼면 '子系'——자는 아이요 계는 갓난아기다. 아이의 근본에 들어맞으니 너는 '손'씨로 하여라." 왕이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며 고두하며 말하였다. "좋습니다! 이제야 성이 생겼습니다. 스승님이 자비를 베풀어 이름까지 지어주신다면 부르기가 좋겠습니다." 조사가 말하였다. "우리 문중에는 열두 글자가 있어 차례로 이름을 짓는데 네가 열 번째 항렬이다. 그 열두 자는 광·대·지·혜·진·여·성·해·영·오·원·각이다. 네 차례는 '오(悟)' 자이니 법명을 '손오공(孫悟空)'이라 하겠다. 좋으냐?" 왕이 웃으며 말하였다. "좋습니다! 좋아요! 좋아! 오늘부터는 손오공이라 불리겠습니다!"

홍몽이 처음 열릴 때 원래 성이 없었으나, 완강한 공을 깨뜨리니 반드시 오공이어야 하리라.